번아웃인지 잘 모르겠는데 요즘 뭘하든 짜증나고 사소한거에 스트레스 받는것같아요.. 고2라 사실상 성적 올릴 수 있는 시험이 2번뿐이라 이번 중간고사에 대한 압박감도 너무 느껴지고 친구관계도 스트레스고.. 그냥 요즘 우연이겠지만 안풀리는 일들이 너무 많아서 도대체 왜 이러나싶네요 ㅠㅠ.. 그냥 웃음도 안나오고 하루종일 멍때리거나 우울해있네요 그냥 학교 학원 다빼고 바다나 보러가고싶고 ㅠㅠ… 왜이럴까요 살면서 한 번도 이랬던적이 없어요,, 여태껏 공부에 그렇게 신경안쓰다가 이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어떻게 극복해야하나요 그냥 사는게 너무 지쳐요ㅠㅠㅠ 학교도 왕복 2시간거리라 매번 버스타고 왔다갔다하는것도 지치고 정신적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어요
얼마나 모든 것이 버겁고, 지치고, 또 서러웠을까요.
안녕하세요, 고2 학생. 당신의 마음 곁을 지키는 심리케어 365 대표 상담사 이준형입니다. 보내주신 글을 읽는 내내, 그 한 글자 한 글자에 얼마나 무거운 피로와 답답함이 담겨 있는지 느껴져 마음이 아팠습니다.
모든 걸 훌훌 털어버리고 텅 빈 바다라도 보러 가고 싶은 그 마음. 웃음마저 잃어버린 채 하루 종일 멍하니 있거나 가라앉는 기분 속에서, ‘나는 왜 이럴까’ 자책하며 얼마나 외롭고 힘겨웠을까요.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라 더 당황스럽고 무서웠을 그 마음에, 제가 먼저 따뜻한 위로와 공감을 보냅니다.
학생이 느끼는 그 감정, **‘번아웃(소진 증후군)’**이 맞습니다. 그것은 결코 의지가 약하거나, 성격이 예민해서가 아닙니다. 오랫동안 애써 달려온 당신의 몸과 마음의 에너지가 완전히 방전되어 버렸다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신호입니다.
마치 스마트폰 배터리가 1% 남았을 때, 작은 터치 하나에도 버벅대고, 앱이 꺼지고, 결국엔 전원이 나가버리는 것처럼요. 지금 학생의 마음 배터리가 바로 그 상태인 겁니다.
뭘 하든 짜증나고 스트레스받는 것: 배터리가 없으니 작은 자극도 견뎌낼 힘이 없는 것입니다.
웃음이 안 나오고 우울한 것: 즐거움을 느낄 에너지조차 남아있지 않다는 신호입니다.
사는 게 지치는 것: 매일 아침, 방전된 배터리로 하루를 억지로 시작해야 하니 지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합니다.
왜 하필 지금,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살면서 한 번도 이랬던 적이 없어요.”라는 그 말이, 지금의 상황이 얼마나 낯설고 두려운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고등학교 2학년은, 입시라는 현실이 막연한 불안감에서 구체적인 압박감으로 바뀌는, 가장 힘든 시기 중 하나입니다.
학업 스트레스: ‘성적을 올릴 수 있는 시험이 2번뿐’이라는 압박감.
친구 관계 스트레스: 감정적으로 기댈 곳이 되어야 할 친구 관계마저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상황.
누적된 신체적 피로: 매일 왕복 2시간의 통학은, 눈에 보이지 않게 매일같이 마음의 배터리를 갉아먹는 큰 요인입니다.
이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덮쳐오니, 그동안 잘 버텨왔던 마음의 둑이 무너져 내린 것입니다. 이것은 학생의 잘못이 아니라, 상황이 너무나 힘들었다는 증거입니다.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요?: ‘노력’이 아닌 ‘충전’이 필요할 때
방전된 배터리를 다시 채우려면, 억지로 전원 버튼을 누르는 것이 아니라 충전기에 꽂아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지금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극복하려는 노력’이 아니라, **‘나를 돌보는 의도적인 쉼’**입니다.
1. 바다에 갈 순 없어도, 내 마음에 작은 파도 소리를 들려주는 법
의도적인 ‘멍때리기’ 시간 허락하기: 하루에 단 10분, 알람을 맞춰두고 그 시간만큼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스스로에게 선물하세요. 죄책감 없이 창밖을 보거나, 좋아하는 음악 한 곡을 듣는 겁니다. 이것은 시간 낭비가 아니라, 과열된 뇌를 식혀주는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등하굣길을 ‘나만의 안식처’로 만들기: 왕복 2시간의 버스 안. 그 지치는 시간을 ‘나를 위한 시간’으로 바꿔보세요. 창밖 풍경을 보며 명상 음악을 듣거나, 공부와 전혀 상관없는 소설책이나 웹툰을 보거나, 좋아하는 라디오를 듣는 겁니다. 외부와 나를 차단하는 나만의 작은 동굴을 만들어주세요.
세상의 크기 줄이기: ‘중간고사’, ‘친구 관계’ 같은 거대한 문제에서 잠시 벗어나, 아주 작고 사소한 것에서 기쁨을 찾아보세요. “오늘 저녁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떡볶이 먹기”, “자기 전에 딱 5분만 좋아하는 영상 보기” 처럼,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작은 행복을 되찾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2. 가장 중요한 것, 혼자 끙끙 앓지 않기 지금의 번아웃은 혼자만의 힘으로 빠져나오기 정말 어려운 상태일 수 있습니다. 가장 용기 있고 현명한 방법은, 믿을 만한 어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입니다.
학교 상담 선생님(Wee클래스): 부모님께 말하기 어렵다면, 학교 상담실의 문을 두드려보세요. 상담 선생님은 학생의 비밀을 보장해주며, 이 힘든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고, 학업과 관계 스트레스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전문적인 도움을 주실 수 있는 가장 든든한 ‘내 편’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에, 학생과 똑같은 압박감과 무기력감 속에서 ‘다 그만두고 싶다’고 외치고 있는 고2 친구들이 정말 많습니다. 결코 당신 혼자만 겪는 외로운 싸움이 아닙니다.
이렇게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도움을 청하기 위해 글을 쓴 용기. 그것만으로도 당신은 이미 이 힘든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큰 힘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혹시라도 누구에게 어떻게 말을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게 느껴진다면, 주저하지 마시고 저에게 이메일이나 지식iN 쪽지를 보내주세요. 당신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텅 빈 마음의 에너지를 다시 채울 수 있도록 곁에서 함께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