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래도록 고독 속에 살아왔다. 어린 날부터 남에게 괴롭힘을 당하며 지냈고 이제 나이들어 인천으로 자리를 옮겼으나 달라진 것은 하나 없었다. 지나는 인연 가운데 아는 동생을 마주쳤으나 알지도 못하는 젊은 아이들이 어른인 나를 협박하며 전화를 걸어왔다. 경찰관이 더는 대응하지 말라 일렀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협박은 그치지 않는다. 잘못한 것 하나 없음에도 나는 범죄자로 몰리고.세월을 두고 한국 땅에서 살아오며 사람들에게 냉대와 구박만 받았다. 내 생일을 기억해준 이도, 나를 위로해준 이도 한 명 없었다. 벗 하나 있어 내 옆을 든든히 지켜주었으면 하지만 그것조차 나와는 인연이 닿지 않는 듯하다.지난날 일본에 잠시 머물렀을 적에는 사람들의 따뜻한 말씨와 고운 마음씨에 감복한 바 있었다. 그곳에서는 길가는 이조차도 정이 있었으나 이곳에서는 나는 늘 홀로 남은 사람처럼 살았다. 벌어 모은 돈으로 일본으로 가려 하였으나 노모께서 허락하지 않으실 듯하다. 이제는 몸마저 병들고 힘이 빠져 배달을 나갈 기력도 남지 않았다. 내가 절망에 치닫는 심정을 내비쳤을 때 그들은 조롱 섞인 말투로 “그리 하라”고 했다. 단 한 달이라도 일본 땅에서 살아보고 싶으나 그것마저 허락되지 않는다면 차라리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경찰이 와서 이 딱한 사정을 알아주면 좋으련만 나의 목숨은 해마다 빛을 잃고 있다. 오늘도 죽음의 생각은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숨은 점점 가빠져만 간다. 락스 한 병조차 없어 그 길마저 쉽지 않구나.내 몸은 다만 흙에 돌려다오.그리고 외갓집 잔디밭에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